도시는 목신(牧神)의 숲이다. 이 도시의 숲에도 아이들이 산다. 아이들을 목신의 숲으로 이끈 것은 목신의 유혹인가? 어른들의 욕망 때문인가? 도시의 목신은 욕망의 또 다른 얼굴이다.
도시는 목신(牧神)의 숲이다. 이 도시의 숲에도 아이들이 산다. 아이들을 목신의 숲으로 이끈 것은 목신의 유혹인가? 어른들의 욕망 때문인가? 도시의 목신은 욕망의 또 다른 얼굴이다.
담 위로 마른 수풀이 마치 헝클어진 머리칼처럼 짧은 겨울 볕에 젖어간다. 목신(牧神)은 길을 지나는 사람들을 향해, 유혹의 손짓을 하고 영혼의 그림자들은 그 피리 소리를 따라 도시의 숲, 욕망의 숲으로 들어간다.
도시는 또 다른 숲이다. 이 도시의 숲에는 목신(牧神)이 산다. 목신은 지나는 사람들을 유혹하여 욕망이 숲으로 이끈다. 그 속에서 나는 목신이 되는 꿈을 꾸는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목신이 내가 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모든 것들이 꿈 속처럼 몽롱하기만 하다.
좁고 낡은 골목에 비가 내린다. 오래전 입춘도 지났으니 봄비가 틀림은 없으련만 골목엔 아직도 겨울이 그림자처럼 남아 있다. 이 비 그치고 귓가에 바람이 살랑거리면, 담장 아래 다시금 새싹이 돋아나면, 지나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지면 봄이 온 것일까? 정말로 그 봄이 다시 온 것일까?
이 깊고도 높은 언덕 골목의 끝은 어디쯤일까? 골목을 바삐 오르는 사람의 발소리도, 그것을 지켜보는 나도 숨이 가쁘다.
오후가 저문다. 마치 낙엽처럼, 노년처럼, 그렇게 오후가 저문다. 내 청춘의 봄날은 다 어디 가고 희미한 봄날의 기억만 편린처럼 남아 이렇게 저물어 가는 것인가? 혼자 돌아가는 귀갓길은 또 얼마나 멀고 캄캄할까?
원두를 갈고 커피를 내린다. 짙은 커피를 마시면서도 달달한 다방커피가 또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낡은 사진의 달달한 그 맛이 그리운 것일까? 아니면 실없는 농담이 오가는 다방의 달달한 풍경이 새삼 그리운 나이가 된 것일까?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사진을 들여다본다. 도시의 한 켠이 마치 커피처럼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