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신간이었나? 아니면 마을의 수호신이었나? 그것도 아니면 그저 입신양명의 기원이었나? 오리가 앉아 있진 못해도 비둘기 가득한 이 광장에서 너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 광장에 더 이상 지킬 것이 무엇이 남아있는가? 아! 애달픈 광장의 그림자여! 희미한 옛사랑이여!
Photograph Story
사진이야기
솟대
광장을 떠나며
빛이 손끝에 모아졌다. 세상은 이제 막 시작하는 그들의 몫이다. 그들의 광장은 더 이상 경계를 나누는 곳이 아니라, 밀실의 그림자가 지배하는 곳이 아니라 뜨겁고 빛나는 햇살이 가득한 아고라(Agora)가 될 것이다.
광장 - 회색인(灰色人)
빛이 강할수록 경계는 명확하게 드러나는 법이다. 무엇을 보든, 무엇을 향해 가든, 무엇을 하든, 경계 너머의 위치로 모든 것들이 받아들여지기 마련이지만 경계 너머의 색은 또한 얼마나 제한적이고 얼마나 위선적이었으며 얼마나 큰 착시(錯視)였던가? 하지만 어쩌랴? 여전히 경계의 광장에서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유혹은 늘 현실이 되고 일상으로 쌓이는 것을, 그리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나는, 너는, 우리는, 광장의 회색인(灰色人)인 것을...
광장에서
이른 아침의 광장 위로 숙취가 채 가시지 않은 어제가 덤불처럼 굴러다닌다. 세기말의 풍경도 아닌데 이 아침의 광장은 왜 이리도 을씨년스러운 것인가? 광장이 갇혀 밀실이 되고 발 디딜 틈 없는 밀실은 광장의 가면으로 막 역에 도착하는 내일을 유혹한다. 오늘의 피는 아직도 뿌려지지도 않았는데 비둘기의 날갯짓 소리만 공허하게 광장에 눕는다. 오래된 광장이여 안녕, 내 안의 밀실도 이제는 안녕.
광장(廣場)
개인의 밀실과 광장이 맞뚫렸던 시절에, 사람은 속은 편했다. 광장만이 있고 밀실이 없었던 중들과 임금들의 시절에, 세상은 아무 일 없었다. 밀실과 광장이 갈라지던 날부터, 괴로움이 비롯했다. 그 속에 목숨을 묻고 싶은 광장을 끝내 찾지 못할 때,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최인훈 '광장' 중에서)
안타까운 노릇이지만 밀실이 밀실이 아니고, 광장이 광장이 아닌 마당에 밀실도 없고 광장 또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