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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

Photograph Story

사진이야기

신천동 - 공업사 옆 카페

by B&W posted Mar 15, 2020
kyounghun kim


아파트 단지 건너 언덕 길을 사이에 동네 터줏대감 공업사와 수학 학원 대신 들어선 카페가 마치 동물원과 미술관처럼 붙어 있다. 토요일 오후, 공업사에서는 달달한 다방커피와 같은 소리가 들리고 카페에서는 동화풍의 쿠키가 달달하게 익어가고 있다. 이 언덕길을 지나는 마을 사람들은 알까? 춘희와 인공도 없고 철수와 다혜도 없는데 달달한 아픔이 마치 가시처럼 남아 있다.




존재의 증명

by B&W posted Mar 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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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그림자가 더 명징하게 존재를 증명하는 법이다. 보이는 실존은 순간이지만 기억의 그림자로 남는다는 것은 어쩌면 더 오래도록 존재를 증명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 누구에게 기억으로 남아 있게 될까? 아니 기억의 한켠에 그림자만이라도 남았으면 좋겠다. 아!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 무슨 부질없는 염원인가? 존재하지 않는데 증명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버스정류장 - 익숙해지지 않는 것

by B&W posted Mar 1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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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버스나,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없는 표지판은 겨울 거리의 나무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살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저 정류장 표지처럼 존재한다는 것이, 아니 살았다는 것 자체가 낯설게 느껴지는 날도 기어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후의 햇살에도 그저 먹먹해지는 시간이 온다면 어찌해야만 할까?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만큼 익숙해진다는 것과 같을 것인데, 간이역과도 같은 버스정류장 앞에서 나는 아직도 낙엽처럼 흔들리고 있다.




신천동 - 시선(視線)

by B&W posted Mar 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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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는 것은 무엇이며 담고자 하는 것은 또 어떤 것인가? 길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지만 앞서 걸어간, 또는 걸어온 길에 자꾸만 미련이 남는 까닭은 무엇인가? 낡은 담장, 이끼 낀 보도블록, 오후의 긴 그림자마저도 새로운데 그 오래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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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시야가 좁아진다. 마치 망원렌즈의 화각처럼 자꾸만 좁아지는 시선만큼이나 초점도 흐릿해진다. 그러고 보니 꿈이 그러하며, 사람들과의 관계와 남아 있는 시간에 대한 믿음 또한 그러하다. 아! 이 좁은 삶의 뒤안길은 얼마나 쓸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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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지나간다. 나로부터, 당신으로부터 교차하지 못한 시선은 온통 허공에 부서져 햇빛처럼 내리고 그 사이로 오후의 그림자는 길게 눕는다. 이제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은 과거에게 묻는다. 행복한가? 자랑스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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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는 길일까? 아니 어느 길로 이어지는 시간 위에 서 있는 것일까? 나는 또 어디쯤에서 방관자와도 같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것일까? 길게 누운 나뭇가지 사이로 저마다의 시간이 같은 듯 다르게 서 있다.




동성로 - 기억, 그리고 시간

by B&W posted Mar 1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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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에 동성로의 기억을 새삼 붙들고 있다. 30여 년 전의 전의 기억과 현실은 서로 모자이크로 얽혀있다. 낯설지 않으면서도 생경한 느낌이란 게 이런 것일까? 어쩌면 시간은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합쳐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동성로 - 골목

by B&W posted Mar 1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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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가? 동성로 화려한 거리의 또 다른 골목길 한 켠에 밤이 내린다. 인생의 골목도 이런 모습일까? 누군가 스쳐 지나간 골목에 밤이 마치 눈처럼 쌓이고 있다.




신천동 - 기억(記憶)

by B&W posted Mar 0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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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었다. 불현듯 그때의 그 골목이, 기억마저도 희미한 그 친구들이 이제야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굽은 골목은 더 이상 길지도, 넓지도 않은데 오랜 시간을 돌아온 이 골목에서 내가 마주한 편린과도 같은 기억은 무슨 까닭으로 이리도 아린 것일까? 골목 끝으로 지는 햇살이, 오후의 그림자가 참으로 짙다.  




신천동 - 마음

by B&W posted Mar 0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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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찰나의 사진도 그러한데 이 변덕스러운 마음의 갈피야 오죽하랴? 신천동 골목 언덕길에 나를 두고 눈을 감는다. 어쩌면 밤보다 낮의 시간이 더 깊고 아득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무빙워크

by B&W posted Mar 0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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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자동차나 기차, 또는 무빙워크에서의 시간은 방향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어쩌면 프레임에 갇힌 세상 또한 그러한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가진, 내가 보는, 내가 속한 세계는 항상 순방향이며 반대의 세계는 함께할 수 없는 역방향의 시간이다. 이 티끌만 한 공간에서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한 방향만 바라보는 고깔을 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신천동 - 동행

by B&W posted Mar 0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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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동 언덕길을 부부가 함게 내려가고 있다. 함께 하는 모습은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다운 법이지만 오랜 시간 함께했을 동행의 모습에서 새삼 나는 여름날 강가의 조약돌보다 더 빛나는 삶을 본다. 나도 저럴 수 있을까? 신천동 오후의 그림자는 길어만지는데 인생의 내리막길, 그 길을 함께하는 저들의 동행은 참으로 아름다운 소풍 길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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