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뒷모습은 마치 사람의 뒷모습을 닮았다. 앞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뒷모습에서 아련히 배어 나온다. 삶의 뒤안길이 이러한 모습일까? 낡은 천막 위로 다시금 눈이라도 쌓였으면 좋겠다.
시장 뒷모습은 마치 사람의 뒷모습을 닮았다. 앞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뒷모습에서 아련히 배어 나온다. 삶의 뒤안길이 이러한 모습일까? 낡은 천막 위로 다시금 눈이라도 쌓였으면 좋겠다.
지하도 계단을 오르다 멈춰 선다. 어둠 너머 빛의 세상이 문득 낯설게만 느껴진다. 사람들은 건조한 표정으로 계단을 오르내리고 그 경계의 사이에서 나는 망설이고 있다.
오래된 골목에 하루가 저물어 간다. 여름날, 저 대문 담장 위로 가득 피었던 능소화는 다 어디로 가고 이제 낡은 시간만이 전설처럼 남아 있는가? 인생의 골목이란 그런 것인가? 저물어 가는 하루가 애닯프다.
신천동 골목길을 집배원이 지나간다. 굽이굽이 꺾인 골목마다 사연 하나쯤 없는 곳이 어디 있을까? 젊은 집배원이 지난 길 위로 오후의 긴 나무 그림자가 편지 속 사연처럼 흐드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