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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

Photograph Story

사진이야기

신천 - 기억의 강

by B&W posted Mar 16, 2020
Kyounghun Kim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난 빈자리에 저녁이 물들기 시작한다. 세월은 그렇게 강물처럼 흘러 지금에 왔는데 이제는 흔적마저도 희미한 그 기억의 그림자는 마치 환등기의 한 장면처럼 멈춰서 있다. 어쩌면 기억의 강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잠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어느 날 문득, 물고기처럼 솟아올라 햇볕에 반짝이는 비늘로 온통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것인지도 모른다.




신천동 - 공업사 옆 카페

by B&W posted Mar 15, 2020
kyounghun kim


아파트 단지 건너 언덕 길을 사이에 동네 터줏대감 공업사와 수학 학원 대신 들어선 카페가 마치 동물원과 미술관처럼 붙어 있다. 토요일 오후, 공업사에서는 달달한 다방커피와 같은 소리가 들리고 카페에서는 동화풍의 쿠키가 달달하게 익어가고 있다. 이 언덕길을 지나는 마을 사람들은 알까? 춘희와 인공도 없고 철수와 다혜도 없는데 달달한 아픔이 마치 가시처럼 남아 있다.




존재의 증명

by B&W posted Mar 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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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그림자가 더 명징하게 존재를 증명하는 법이다. 보이는 실존은 순간이지만 기억의 그림자로 남는다는 것은 어쩌면 더 오래도록 존재를 증명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 누구에게 기억으로 남아 있게 될까? 아니 기억의 한켠에 그림자만이라도 남았으면 좋겠다. 아!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 무슨 부질없는 염원인가? 존재하지 않는데 증명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버스정류장 - 익숙해지지 않는 것

by B&W posted Mar 1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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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버스나,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없는 표지판은 겨울 거리의 나무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살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저 정류장 표지처럼 존재한다는 것이, 아니 살았다는 것 자체가 낯설게 느껴지는 날도 기어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후의 햇살에도 그저 먹먹해지는 시간이 온다면 어찌해야만 할까?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만큼 익숙해진다는 것과 같을 것인데, 간이역과도 같은 버스정류장 앞에서 나는 아직도 낙엽처럼 흔들리고 있다.




신천동 - 시선(視線)

by B&W posted Mar 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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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는 것은 무엇이며 담고자 하는 것은 또 어떤 것인가? 길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지만 앞서 걸어간, 또는 걸어온 길에 자꾸만 미련이 남는 까닭은 무엇인가? 낡은 담장, 이끼 낀 보도블록, 오후의 긴 그림자마저도 새로운데 그 오래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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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시야가 좁아진다. 마치 망원렌즈의 화각처럼 자꾸만 좁아지는 시선만큼이나 초점도 흐릿해진다. 그러고 보니 꿈이 그러하며, 사람들과의 관계와 남아 있는 시간에 대한 믿음 또한 그러하다. 아! 이 좁은 삶의 뒤안길은 얼마나 쓸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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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지나간다. 나로부터, 당신으로부터 교차하지 못한 시선은 온통 허공에 부서져 햇빛처럼 내리고 그 사이로 오후의 그림자는 길게 눕는다. 이제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은 과거에게 묻는다. 행복한가? 자랑스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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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는 길일까? 아니 어느 길로 이어지는 시간 위에 서 있는 것일까? 나는 또 어디쯤에서 방관자와도 같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것일까? 길게 누운 나뭇가지 사이로 저마다의 시간이 같은 듯 다르게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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