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 함민복
금방 시드는 꽃 그림자만이라도 색깔 있었으면 좋겠다
어머니 허리 휜 그림자 우두둑 펼쳐졌으면 좋겠다
찬 육교에 엎드린 걸인의 그림자 따뜻했으면 좋겠다
마음엔 평평한 세상이 와 그림자 없었으면 좋겠다.
그림자 / 함민복
금방 시드는 꽃 그림자만이라도 색깔 있었으면 좋겠다
어머니 허리 휜 그림자 우두둑 펼쳐졌으면 좋겠다
찬 육교에 엎드린 걸인의 그림자 따뜻했으면 좋겠다
마음엔 평평한 세상이 와 그림자 없었으면 좋겠다.
기억은 어떤 형태로 남는 것일까?
세월이 지나면 사진 색이 바래듯 기억도 그렇게 입자가 빠져나가듯 바래 가는 것일까?
아니면 내 편한 대로 재구성하는 것일까?
희미한 옛사랑이 그립다.
3월이었던가? 4월이었던가?
어릴 적 들판은 온통 청보리 천지였고 바람은 사그락 거리며 내 귓가를 스쳤다.
들판 너머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두려움,
이제는 희미한 옛사랑의 추억으로만 남는가?
재개발 서명 참여를 독려하는 현수막이 낡아 너덜거린다.
아마도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으리라.
사실 신천동은 도심의 양극화를 극명하게 볼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언덕은 경계선이고 그 경계를 따라 대개 삶의 방식도 나뉜다.
그렇지만 난 건너편 언덕의 삶보다 이곳에서 마주한 삶의 모습에 더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비단 내 삶의 모습이 그들과 별단 다르기 않다는 동류의식 때문만은 아니리라.
올 해에는 소수를 위한 재개발 사업보다는 이 동네에 사는 수 많은 삶을 아름답게 하는
골목재생, 도심재생 프로젝트와 같은 사업이 진행되기를 소망해 본다
.
가끔 기계를 통해 나오는 내 목소리에서 낯섦과 만나듯
장막 너머 낯선 그림자를 통해 가끔은 나를 만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