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데, 세상만 변했다. 아니, 나만 변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신천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데, 세상만 변했다. 아니, 나만 변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도시는 목신(牧神)의 숲이다. 이 도시의 숲에도 아이들이 산다. 아이들을 목신의 숲으로 이끈 것은 목신의 유혹인가? 어른들의 욕망 때문인가? 도시의 목신은 욕망의 또 다른 얼굴이다.
백안동 개울가에 바람이 분다. 산에서 내려온 바람이 백안동 개울가에 다다라 갈대처럼 떤다. 점령군처럼 버티고 선 겨울의 개울가는 가혹하다 못해 잔인하다. 이 동네의 시간이 그러했던 것처럼…
아이가 당당하게 아파트를 나와 걸어간다. 온실 같은 집에서 나와, 시작과도 같은 아침의 햇살 속으로 들어가는 마음은 온통 어떤 색으로 칠해져 있을까? 아이의 저 당당한 모습이 언제까지나 변치 않았으면 좋겠다.
담 위로 마른 수풀이 마치 헝클어진 머리칼처럼 짧은 겨울 볕에 젖어간다. 목신(牧神)은 길을 지나는 사람들을 향해, 유혹의 손짓을 하고 영혼의 그림자들은 그 피리 소리를 따라 도시의 숲, 욕망의 숲으로 들어간다.